복수는 차갑게 즐겨야 제맛이다
억울함을 참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복수극 웹툰은 일종의 정신적 해독제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시원한 응징, 악인이 무너지는 그 순간의 전율. 복수극의 매력은 바로 이 대리만족의 극대화에 있다. 하지만 모든 복수극이 다 같은 건 아니다. 단순히 "나쁜 놈 혼내준다"는 공식을 넘어, 정교한 서사 구조와 입체적인 캐릭터, 그리고 독자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연출력까지 갖춘 작품만이 진정한 명작의 반열에 오른다. 오늘 소개할 7작품은 10년간 수천 편의 웹툰을 읽어온 필자가 엄선한, 2026년 현재 가장 소름돋는 복수극들이다. 밤새 정주행 각오하시라.
1.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 복수극의 교과서
재벌집 막내아들 (김현경 글 / 태건 그림)
"나는 다시 태어났다. 이번엔 복수할 차례다." 국내 회귀물 복수극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순양그룹에서 온갖 굵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던 충견 윤현우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뒤,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환생한다는 설정.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복수의 스케일에 있다. 개인적 원한을 넘어 거대 재벌 가문 전체를 상대로 펼치는 경영권 쟁탈전,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가 소름끼치도록 치밀하다. 작가 김현경의 재벌가 묘사는 마치 실제 취재를 한 듯 디테일이 살아있고, 태건 작가의 깔끔한 작화는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를 극대화한다.
- 연재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완결 (174화)
- 장르 태그: 회귀, 재벌, 경영, 복수극, 사이다
- 추천 독자층: 대하드라마급 스케일을 원하는 독자, 경영 두뇌싸움을 즐기는 독자
- 핵심 매력 포인트: ① 재벌가 권력 투쟁의 리얼리티 ② 매 화 터지는 사이다 전개 ③ 예측불허 반전의 연속
"난 순양을 집어삼킬 거야. 그들이 나를 버린 것처럼, 난 그들을 버릴 거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복수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서사 구조다.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 역시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도덕적 회색지대가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싱숑 글 / 슬리피-C 그림)
웹소설 원작의 웹툰화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작품. 주인공 김독자는 10년간 읽어온 웹소설 '멸망 이후의 세계'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는 유일하게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독자다. 복수극으로서 이 작품이 가진 힘은 메타적 구조에서 나온다. 김독자는 자신을 이용하려 했던 '작가'에게,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운명'에게 복수한다. 슬리피-C 작가의 전투신 연출은 웹툰 역사상 손에 꼽힐 만큼 역동적이며, 특히 성좌들과의 대결 장면은 매 화가 극장판 수준이다.
- 연재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완결 (211화)
- 장르 태그: 판타지, 아포칼립스, 메타픽션, 복수, 성장
- 추천 독자층: 웹소설 독자, 철학적 깊이를 원하는 독자, 스케일 큰 전투물 팬
- 핵심 매력 포인트: ① 메타픽션의 정수 ② 압도적인 전투신 연출 ③ 감동적인 동료애
커뮤니티에서는 "웹툰계의 인터스텔라"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서사의 깊이가 남다르다. 복수극이면서 동시에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은 걸작이다.
2. 학원물 복수극의 전성시대
약한영웅 (서패스 글 / RAZEN 그림)
학원 폭력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압도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작품. 신체적으로 약한 주인공 연시은이 오로지 두뇌와 전략으로 학폭 가해자들을 제압해나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소름이 돋는다. RAZEN 작가의 작화는 싸움 장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펜선 하나하나에 폭력의 무게감이 실려있고, 연시은이 반격하는 순간의 연출은 영화적 몽타주를 연상케 한다. 특히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는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는 대사 없이도 감정을 전달한다.
- 연재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연재중 (320화+)
- 장르 태그: 학원, 액션, 복수, 심리전, 성장물
- 추천 독자층: 두뇌 싸움을 좋아하는 독자, 학원물 팬, 리얼리즘 액션 선호층
- 핵심 매력 포인트: ① 약자의 역습이라는 보편적 판타지 ② 치밀한 심리 묘사 ③ 리얼한 학교 폭력 고발
"난 싸움을 잘하는 게 아니야. 이기는 방법을 아는 것뿐이지."
이 작품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한국 사회의 학교 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가해자들의 가정환경, 방관자들의 심리, 무너진 교육 시스템까지. 사이다를 주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성숙한 복수극이다.
싸움독학 (박태준 기획 / 김정현 글 / 박태준만화회사 그림)
"유튜브로 싸움을 배웠다." 이 한 줄 설정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다. 학교에서 항상 맞고만 살던 주인공 지호민이 우연히 발견한 '뉴튜브' 채널을 통해 싸움 기술을 익히고,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에게 복수한다. 박태준만화회사 특유의 역동적인 액션 연출은 건재하다. 특히 지호민이 새로운 기술을 실전에 적용하는 장면들은 격투 게임의 콤보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각 아크마다 등장하는 빌런들의 개성도 뚜렷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 연재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연재중 (250화+)
- 장르 태그: 학원, 격투, 성장, 복수, 액션
- 추천 독자층: 격투 액션 팬, 성장물 좋아하는 독자, 외모지상주의 팬
- 핵심 매력 포인트: ① 유니크한 설정 ② 화려한 액션 ③ 명확한 성장 곡선
복수극으로서 가장 직관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맞던 놈이 강해져서 때리는 놈을 이긴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시원하다.
3. 다크 히어로의 응징
템빨 (Team Argo 글 / 홍작가 그림)
게임 속 아이템 하나로 세상을 뒤집는 역전 복수극의 정석. 게임 폐인 취급받던 주인공이 게임 아이템이 현실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무시하던 세상에 복수를 시작한다. 이 작품의 백미는 점진적 파워 빌드업이다. 처음에는 작은 복수에서 시작해, 점점 스케일이 커지며 국가 단위, 세계 단위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홍작가의 작화는 특히 아이템 발동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이펙트의 화려함과 타격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 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완결 (185화)
- 장르 태그: 현대 판타지, 게임빙의, 복수, 먼치킨, 액션
- 추천 독자층: 게이머, 먼치킨물 팬, 통쾌한 역전극을 원하는 독자
- 핵심 매력 포인트: ① 유니크한 세계관 ② 끝없는 파워업 ③ 짜릿한 반전들
나 혼자만 레벨업 (추공 글 / DUBU 그림)
이미 전설이 된 작품이지만, 복수극 추천에서 빠질 수 없다. E급 헌터로 멸시받던 성진우가 시스템을 얻고 인류 최강으로 성장하는 과정. 복수의 대상이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자신을 무시한 세상 전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DUBU 작가의 작화는 이미 업계 표준이 되었다. 특히 그림자 군단 소환 장면의 연출력은 수년이 지난 지금 봐도 소름이 돋는다. 웹툰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 마일스톤 같은 작품.
- 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완결 (200화)
- 장르 태그: 헌터물, 먼치킨, 성장, 복수, 액션
- 추천 독자층: 모든 웹툰 독자 (필독서)
- 핵심 매력 포인트: ① 역대급 작화 퀄리티 ② 완벽한 파워 밸런스 ③ 압도적 스케일
"일어나."
이 한 마디에 담긴 무게감. 복수극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사다.
4. 성인 복수극의 진수
화산귀환 (비가 글 / LICO 그림)
무협 웹툰의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 100년 전 천하를 호령했던 매화검존 청명이 망해버린 화산파의 막내 제자로 환생한다. 과거 자신을 배신했던 마교, 무시했던 정파 무림에 대한 복수가 시작된다. 비가 작가의 필력은 무협물의 고전적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하다. LICO 작가의 작화는 무공 장면의 역동성을 극대화하며, 특히 매화검법 시전 장면은 예술의 경지다.
- 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연재중 (180화+)
- 장르 태그: 무협, 회귀, 복수, 성장, 코미디
- 추천 독자층: 무협 팬, 회귀물 애호가, 진성 덕후
- 핵심 매력 포인트: ① 찐 무협의 귀환 ② 개그와 진지의 완벽 밸런스 ③ 화산파 성장기
특히 이 작품이 가진 힘은 유머다. 치열한 복수극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청명의 구시대적 언행과 현재 제자들의 갭이 만들어내는 코미디는 절묘하다. 복수극이 꼭 어둡고 무거울 필요 없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
결론: 복수는 웹툰으로 하는 것이다
살면서 억울한 일을 안 당해본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현실에서의 복수는 허무하거나, 불법이거나, 아니면 그냥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에겐 웹툰이 있다. 오늘 소개한 7작품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거대 재벌을 상대로 한 경영 전쟁, 학교 폭력에 맞서는 약자의 반격, 무시당한 자가 세상 위에 서는 역전극. 어떤 복수가 당신의 취향인가?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작품들을 읽기 시작하면 새벽 5시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 한 작품만 시작하길 권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게 못 했다. 복수극의 매력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복수는 뜨거울 때 읽어라. 하지만 정주행은 시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