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물, 왜 우리는 이 장르에 미치는가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10년간 수천 편의 웹툰을 리뷰했지만, 헌터물만큼 한국 웹툰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장르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현실에서 찌들린 우리에게 '각성'이라는 판타지를,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받는 '레벨업 시스템'을, 그리고 던전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쾌감을 선사하죠. 오늘 소개할 7작품은 그 수많은 헌터물 중에서도 스토리, 작화, 세계관 모든 면에서 정점을 찍은 작품들입니다. 커피 한 잔 준비하세요. 아니, 여러 잔 준비하세요. 새벽까지 정주행할 각오가 필요하니까요.
엄선된 헌터물 웹툰 7선
1. 나 혼자만 레벨업 (Solo Leveling)
헌터물을 논하면서 이 작품을 빼놓는 건 피자에서 치즈를 빼는 것과 같습니다. '나 혼렙'은 단순한 웹툰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습니다. 최약체 E급 헌터 성진우가 이중 던전에서 '시스템'을 얻고 세계 최강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식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장성락 작가의 압도적인 작화에 있습니다. 특히 그림자 군주 각성 씬은 웹툰 역사상 가장 소름 돋는 장면 중 하나로 꼽히죠. 세로 스크롤을 활용한 연출력, 전투 씬의 역동성, 그리고 명암 대비를 통한 분위기 조성까지—이건 그냥 만화가 아니라 움직이는 영화입니다.
"일어나." - 수많은 독자들의 심장을 멎게 한 단 두 글자
- 작가/작화: 추공(원작), 장성락 DUBU(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완결)
- 연재 상태: 완결 (시즌1 179화 + 외전)
- 장르 태그: 헌터 판타지, 성장물, 다크 히어로, 시스템
- 추천 독자: 압도적 스케일의 전투신을 원하는 분, 주인공 무쌍이 취향인 분
- 핵심 매력: ① 업계 최고 수준의 작화 퀄리티 ② 시원시원한 성장 서사 ③ 그림자 군단이라는 독창적 능력 설정
- 주의사항: 완결 후 외전까지 보시면 눈물샘 자극될 수 있음
2. 전지적 독자 시점 (Omniscient Reader's Viewpoint)
만약 당신이 읽던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된다면? '전독시'는 이 단순한 전제 하나로 메타 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주인공 김독자는 10년간 혼자 완독한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의 내용대로 현실이 변해버린 세계에서 생존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스포일러'를 알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작가 싱숑은 단순한 회귀물이나 빙의물로 끝내지 않습니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독자와 작가의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깊어지는 서사는 독자들을 '멘붕'에 빠뜨립니다.
슬레이 작가의 작화 역시 일품입니다. 특히 성좌들의 신비로운 비주얼과 시나리오 분기점마다 터지는 연출은 원작 팬들도 인정한 수준이죠. 유중혁의 날카로운 눈빛, 한수영의 카리스마—캐릭터 해석도 완벽합니다.
- 작가/작화: 싱숑(원작), 슬레이(작화)
- 플랫폼: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시즌3 연재중 (200화+)
- 장르 태그: 헌터 판타지, 메타 픽션, 회귀, 생존
- 추천 독자: 복잡한 세계관과 떡밥 회수의 쾌감을 즐기는 분
- 핵심 매력: ① 메타적 스토리텔링의 정수 ②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 군상 ③ 원작 소설과의 시너지
- 주의사항: 세계관이 방대하니 초반 집중력 필요
3. 템빨 (Overgeared)
게임 속 대장장이가 세계 최강이 되는 이야기라니, 이보다 더 독특한 설정이 있을까요? '템빨'의 주인공 신그리드(현실명 신영우)는 처음엔 솔직히 좀 찌질합니다. 운도 없고, 성격도 급하고, 판단력도 영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성장 아크야말로 이 작품의 진짜 매력입니다. 단순히 레벨이 오르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어느새 독자들은 그리드를 욕하다가 응원하고, 응원하다가 눈물 흘리게 됩니다.
VRMMORPG '새티스파이' 내에서 전설 등급 대장장이 클래스를 얻은 그리드가 직접 만든 장비로 무쌍을 찍는 장면들은 헌터물의 '먼치킨' 요소와 크래프팅 시뮬레이션의 재미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3,000화가 넘는 원작 소설의 방대한 세계관을 웹툰으로 잘 압축한 점도 높이 삽니다.
- 작가/작화: 박새로이(원작), Team Argo(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시즌2 진행)
- 장르 태그: 게임 판타지, 헌터, 크래프팅, 성장물
- 추천 독자: 먼치킨물을 좋아하지만 캐릭터 성장도 중요한 분
- 핵심 매력: ① 독보적인 '대장장이' 컨셉 ② 찌질이→대영웅 성장 서사 ③ 방대한 원작 기반의 탄탄한 세계관
- 주의사항: 초반 그리드의 찌질함을 견뎌야 함 (근데 그게 복선입니다)
4. 나노 마신 (Nano Machine)
무협과 SF의 만남이라니, 미친 조합 아닙니까? '나노 마신'은 무협 세계에 나노 기술이라는 SF 요소를 이식한 파격적인 작품입니다. 마교 교주의 서자로 태어나 천대받던 천여운에게 미래의 후손이 나노 머신을 이식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나노 머신은 무공 분석, 신체 강화, 독 해독 등 거의 만능에 가까운 능력을 제공하죠.
헌터물의 '시스템' 요소를 무협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전통 무협의 권력 다툼, 복수극, 성장 서사에 현대적 시스템물의 쾌감을 더했습니다. 작화 역시 무협 특유의 역동적인 액션 씬을 잘 살려냈고, 특히 내공 운용 장면의 이펙트 표현이 일품입니다. 마교라는 배경 덕에 주인공이 딱히 선인인 척 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매력이에요. 시원시원한 복수와 권모술수가 난무합니다.
- 작가/작화: 한중월야(원작), 금강불괴(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150화+)
- 장르 태그: 무협, SF, 헌터, 복수극
- 추천 독자: 무협과 현대 시스템물 둘 다 좋아하는 분
- 핵심 매력: ① 무협+SF 크로스오버의 신선함 ② 마교 배경의 다크한 분위기 ③ 나노 머신 활용의 전략적 재미
- 주의사항: 무협 용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초반 적응 필요
5. 튜토리얼 탑의 고급 플레이어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튜토탑'은 12년간 튜토리얼 탑에 갇혀 있다가 나온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탑을 클리어하는 동안, 김상훈(후에 김기방으로 개명)은 튜토리얼의 '숨겨진 미션'을 깨느라 12년을 보냈죠. 덕분에 밖으로 나왔을 때 그의 능력치는 말 그대로 규격 외입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압도적인 실력차에서 오는 쾌감에 있습니다. 소위 '먼치킨물'의 정석이죠. 하지만 단순한 무쌍이 아니라 주인공의 고독과 상실감도 함께 그려집니다. 12년간 홀로 싸워온 남자가 세상에 적응해가는 과정,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가는 여정이 감정적 깊이를 더합니다. 후회가 작가는 액션 연출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전투 씬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멈추지 않습니다.
- 작가/작화: 노군(원작), 후회가(작화)
- 플랫폼: 네이버 웹툰
- 연재 상태: 완결 (170화+)
- 장르 태그: 헌터 판타지, 먼치킨, 던전, 시스템
- 추천 독자: 주인공 먼치킨 + 감성까지 원하는 분
- 핵심 매력: ① '튜토리얼 12년' 독특한 설정 ② 시원한 무쌍 액션 ③ 가족애 중심의 감동 요소
- 주의사항: 먼치킨 싫어하시면 맞지 않을 수 있음
6. 갓 오브 블랙필드 (God of Blackfield)
프랑스 외인부대 최강의 전사 '신'이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몸으로 환생합니다. 이 설정만으로도 이미 흥미진진하죠? '갓오블'은 전형적인 헌터 던전물은 아니지만, 현대 능력자 배틀물로서 헌터 장르의 변주를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군사 액션, 학원물, 복수극, 음모론이 뒤섞인 이 작품은 매 화마다 긴장감이 폭발합니다.
특히 블랙필드라 불린 전설적 용병의 전투 기술과 현대 한국의 권력 암투가 결합된 전개는 신선합니다. 작화진의 액션 연출도 훌륭해서, 근접 전투 씬의 타격감이 화면 밖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주인공 강유찬(신)의 냉철하면서도 동료애 깊은 캐릭터성도 매력적이에요.
- 작가/작화: 삽삽(원작), 장수린(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시즌2 진행)
- 장르 태그: 환생, 밀리터리, 액션, 복수
- 추천 독자: 군사 액션과 학원물의 조합을 원하는 분
- 핵심 매력: ① 전직 용병의 압도적 전투력 ② 국제적 스케일의 음모극 ③ 하드보일드한 분위기
- 주의사항: 잔인한 장면 다수 포함
7. 사상 최강의 대마왕, 마을 사람 A로 전생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일본 원작의 이세계 헌터물입니다. 제목이 긴 만큼 설정도 유니크합니다. 역대 최강의 대마왕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능력치를 최대한 낮춘 채 전생했는데, 그 '낮춘' 능력치가 여전히 역대 최강이라는 개그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코미디와 액션의 균형이 절묘한 작품이죠.
한국 헌터물들이 대체로 진지한 톤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능청스러운 유머와 패러디로 장르의 클리셰를 비튼다는 점에서 신선합니다. 주인공 아드 레이블이 "평범"을 외치면서 벌이는 비범한 활약상은 웃음과 액션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헌터물에 지친 분들에게 청량제 같은 작품이에요.
- 작가/작화: 시모무라 코타(원작), 구마네코(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리디
- 연재 상태: 연재중
- 장르 태그: 이세계, 코미디, 헌터, 마왕
- 추천 독자: 가벼운 재미와 웃음을 원하는 분
- 핵심 매력: ① 클리셰 파괴 코미디 ② '평범해지고 싶은 먼치킨' 설정 ③ 개그와 액션의 조화
- 주의사항: 진지한 분위기를 원하시면 비추
결론: 헌터물은 왜 계속 진화하는가
지난 10년간 헌터물은 한국 웹툰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한 장르입니다. '나 혼렙'이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했듯, 이 장르는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던전, 레벨업, 각성이라는 친숙한 문법 위에 각 작가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가며, 헌터물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7작품은 그 진화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 중 단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전지적 독자 시점'을 추천합니다. 단순한 먼치킨물을 넘어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깊이가 있기 때문이죠. 물론 시원한 액션만 원한다면 '나 혼렙'이나 '튜토탑'을, 색다른 맛을 원한다면 '나노 마신'이나 '템빨'을 추천합니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후회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 밤, 한 편만 시작해보세요. 단, 내일 출근은 장담 못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