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헌터물에 열광하는가
솔직히 말하겠다. 헌터물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매주 수십 편의 새로운 헌터물이 쏟아지고, 대부분은 비슷한 클리셰를 반복한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장르의 문법을 확립한 이후,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아류작을 목격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헌터물을 찾게 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성장의 쾌감은 인간 본능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E급에서 시작해 S급으로 올라서는 그 짜릿함, 모두가 무시하던 주인공이 정점에 서는 카타르시스. 이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인생역전의 메타포다.
10년간 수천 편의 웹툰을 리뷰해온 내가 단언컨대, 오늘 소개할 8작품은 헌터물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한 작품들이다. 단순히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다. 스토리텔링, 캐릭터 구축, 세계관 설계, 그리고 연출력까지 모든 면에서 장르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엄선했다.
헌터물 필독 웹툰 8선
1. 나 혼자만 레벨업 (Solo Leveling)
헌터물을 논할 때 이 작품을 빼놓는 건 불경에 가깝다. 장성락 작가(추공)의 원작 소설을 DUBU(장두부) 작가가 웹툰화한 이 작품은, 헌터물이라는 장르 자체를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린 기념비적 타이틀이다. 인류 최약체 헌터 성진우가 이중 던전에서 시스템을 얻고 그림자 군주로 성장하는 서사는, 이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DUBU 작가의 작화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특히 대형 보스전 연출에서 보여주는 스케일감, 그림자 병사들이 소환되는 장면의 미학적 완성도는 웹툰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을 보여준다. 매 화 클리프행어의 배치, 전투신 사이사이에 삽입되는 감정적 비트의 조율도 완벽에 가깝다. 완결 후에도 외전과 애니메이션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2024년 방영된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했다.
"일어나." - 성진우가 그림자 병사를 소환할 때마다 터지는 이 한마디가 주는 전율은, 수백 회를 봐도 식지 않는다.
- 작가: 추공(원작) / DUBU(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완결 (179화) + 외전 연재중
- 장르: 헌터, 던전, 시스템, 성장물, 다크 판타지
- 추천 독자: 헌터물 입문자, 압도적 스케일의 전투신을 원하는 독자
- 핵심 매력: 업계 최고 수준의 작화, 완벽한 성장 서사, 그림자 군주 컨셉의 독창성
2. 전지적 독자 시점 (Omniscient Reader's Viewpoint)
만약 당신이 읽던 소설이 현실이 된다면? 싱숑 작가의 원작을 슬리피-C 작가가 웹툰화한 이 작품은, 헌터물의 외피를 쓴 메타픽션의 걸작이다. 주인공 김독자는 유일하게 완독한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독자로서의 지식을 무기로 생존해나간다.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주인공이 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설정은 자칫 긴장감을 해칠 수 있지만, 싱숑 작가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 독자의 예상을 끊임없이 배반한다. 원작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과 '독자' 김독자의 관계성, 성좌들의 개입,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세계의 진실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슬리피-C 작가의 작화는 회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며, 특히 대규모 시나리오 장면의 연출은 경이롭다.
"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독자가 나였다." - 김독자
- 작가: 싱숑(원작) / 슬리피-C(작화)
-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연재중 (200화+)
- 장르: 헌터, 게임 판타지, 메타픽션, 생존, 회귀
- 추천 독자: 복잡한 서사와 반전을 즐기는 독자, 깊은 세계관을 원하는 독자
- 핵심 매력: 메타픽션적 구조의 신선함, 치밀한 복선 회수,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
3. 템빨 (Leveling with the Gods)
헌터물과 신화를 결합한 수작. 블랙아자 원작에 All-A 작화의 이 작품은, 신들의 탑을 배경으로 한 회귀물이다. 주인공 김유원은 최강의 동료들과 함께 탑 꼭대기에 도달했지만, 외신과의 전쟁에서 모든 것을 잃고 과거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다르게,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한다.
이 작품의 차별점은 신화적 스케일에 있다. 손오공, 헤라클레스, 오딘 같은 신화 속 존재들이 탑의 고위층에 군림하고, 주인공은 이들과 대등하게 싸워야 한다. 회귀자 특유의 정보 우위와 신화적 아이템 '템'의 활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전투신의 스케일이 타 작품과 비교 불가 수준이다. 특히 손오공과의 관계성 묘사는 이 작품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 작가: 블랙아자(원작) / All-A(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150화+)
- 장르: 헌터, 회귀, 신화, 탑 공략, 성장물
- 추천 독자: 신화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 스케일 큰 전투를 원하는 독자
- 핵심 매력: 신화와 헌터물의 완벽한 융합, 아이템 수집의 재미, 손오공 캐릭터
4. 사상 최강의 대마왕, 빌리지 A에 전생 (The Greatest Demon Lord Is Reborn)
헌터물의 변주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역대 최강자가 약체로 환생하는 설정을 택했다. 모든 것을 초월한 대마왕 바르바토스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약한 존재로 환생했지만, 그의 '약함'은 일반인 기준으로는 여전히 규격 외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여유로운 강자의 서사다. 헌터물 대부분이 약자의 성장을 다루지만, 이 작품은 이미 정점을 찍은 존재의 '내려놓음'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압도적 실력차는 다른 방향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점점 진지해지는 스토리 전개도 일품이다.
- 작가: 시모무라 케이타로(원작)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 장르: 전생, 판타지, 코미디, 먼치킨
- 추천 독자: 가벼운 분위기의 판타지를 원하는 독자, 먼치킨물 애호가
- 핵심 매력: 역발상의 설정, 코미디와 진지함의 밸런스, 여유로운 강자 서사
5. 귀환자의 마법은 특별해야 합니다 (A Returner's Magic Should Be Special)
유소난 원작, 우국진 작화의 이 작품은 회귀 헌터물의 교과서적 수작이다. 주인공 데지르 아르만은 그림자 세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생존자로서 과거로 돌아가, 이번에는 동료들을 모두 살리기로 결심한다.
이 작품의 강점은 동료들과의 관계성에 있다. 헌터물이 자칫 주인공 원맨쇼에 빠지기 쉬운데, 이 작품은 주인공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묘사한다. 로마니온, 아젤리아, 프람 같은 캐릭터들이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성장하며, 그들이 함께 싸우는 장면에서는 진정한 동료애가 느껴진다. 마법 시스템의 설계도 체계적이며, 데지르의 '분석' 능력 활용은 매번 새롭다.
- 작가: 유소난(원작) / 우국진(작화)
-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완결
- 장르: 회귀, 마법, 학원, 던전, 성장물
- 추천 독자: 동료들과의 케미를 중시하는 독자, 마법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
- 핵심 매력: 탄탄한 동료 서사, 체계적인 마법 시스템, 감동적인 구원 이야기
6. 재벌집 막내아들 (Reborn Rich)
던전과 몬스터 대신 재벌가라는 정글에서의 생존을 다룬 변형 헌터물. 드라마로도 대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각성'과 '레벨업'의 쾌감을 구현해냈다. 배신당하고 죽은 순양그룹 비서 윤현우가 재벌가 막내로 회귀해 복수와 성공을 동시에 쟁취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이 헌터물 팬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장과 복수라는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던전 대신 주식 시장이 있고, 몬스터 대신 재벌가 내부의 적들이 있으며, 레벨업 대신 자산 증식이 있다. 미래를 아는 주인공이 현실의 룰을 활용해 정점으로 올라가는 쾌감은 어떤 헌터물 못지않다.
- 작가: 산경(원작) / 김태훈(작화)
-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완결
- 장르: 회귀, 현대, 재벌, 복수, 드라마
- 추천 독자: 현실 배경을 선호하는 독자, 전략적 두뇌싸움을 즐기는 독자
- 핵심 매력: 현실적 설정, 통쾌한 복수극, 경제 지식의 활용
7. 버림 받은 자의 역습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배신당한 영웅의 복귀를 다룬 정통 헌터물. 신지상 원작에 흥새미 작화의 이 작품은, S급 헌터 이건우가 동료들에게 배신당해 버림받은 후 10년 만에 돌아와 복수하는 이야기다. 설정 자체는 클래식하지만, 실행이 완벽하다.
이 작품의 힘은 주인공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있다. 이건우는 단순히 강한 게 아니라, 자신을 버린 자들을 향한 분노와 경멸을 숨기지 않는다. 그가 황도 12궁의 배신자들을 하나하나 응징해가는 과정은 통쾌함 그 자체다. 흥새미 작가의 작화도 캐릭터의 카리스마를 120% 살려내며, 전투신의 역동성이 뛰어나다.
- 작가: 신지상(원작) / 흥새미(작화)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100화+)
- 장르: 헌터, 복수, 귀환, 먼치킨
- 추천 독자: 통쾌한 복수극을 원하는 독자, 카리스마 강한 주인공을 선호하는 독자
- 핵심 매력: 복수의 카타르시스, 주인공의 캐릭터성, 긴장감 넘치는 전개
8. 마도전생기 (Records of Martial God's Ascension)
무협과 헌터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 마도의 정점에 오른 주인공이 현대 헌터 세계로 전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무공과 현대 마법/능력 체계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케미가 신선하다.
이 작품의 특징은 무협 특유의 깊이를 헌터물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레벨업하고 스킬을 찍는 게 아니라, 내공 수련과 무공 깨달음의 과정이 있다. 현대 능력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주인공이 압도하는 장면들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 장르: 전생, 무협, 헌터, 퓨전
- 추천 독자: 무협과 헌터물을 모두 좋아하는 독자, 색다른 설정을 원하는 독자
- 핵심 매력: 무협과 헌터의 융합, 내공 vs 마법의 대결, 독특한 성장 시스템
헌터물의 미래, 그리고 우리가 기대하는 것
헌터물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확립된 장르가 되었다. 물론 식상한 클리셰를 반복하는 작품도 넘쳐나지만, 오늘 소개한 작품들처럼 장르의 문법을 이해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수작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글로벌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하면서, 헌터물의 세계적 확산도 본격화되었다.
앞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더 다양한 변주다. 여성 주인공 헌터물의 증가, SF와의 융합, 더 복잡한 정치극으로의 확장 등 장르가 성숙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팬으로서 큰 즐거움이다. 오늘 소개한 8작품 중 아직 안 본 작품이 있다면, 이번 주말이 정주행의 적기다. 각성의 쾌감이 당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