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들은 어떻게 '국민 웹툰'을 만들었나
매주 수백만 독자의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웹툰. 그 뒤에는 새벽 4시에도 펜을 놓지 못하는 작가들이 있다. "재능? 그건 1%고, 99%는 엉덩이 싸움이에요." 어느 인기 작가의 말처럼, 화려한 조회수 뒤에는 수천 시간의 고독한 작업이 숨어있다. 10년간 웹툰 업계를 취재해온 필자가 2026년 가장 주목받는 작가 5인을 직접 만났다. 데뷔 비하인드부터 연재 노하우, 슬럼프 극복법까지—예비 작가라면 메모 필수, 독자라면 최애 작품이 더 특별해질 이야기들이다.
인터뷰 01: 김단비 작가 (『검은 달이 뜨는 밤』)
"127번의 투고 끝에 데뷔했습니다"
네이버웹툰 월요일 1위를 질주 중인 다크 판타지의 신성, 김단비 작가. 현재 200만 구독자를 돌파한 그녀지만, 데뷔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첫 투고가 2019년이었어요. 127번째 도전에서 정식 연재 OK를 받았죠."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 숫자에 담긴 무게는 상상 이상이다.
"퇴짜 100번 넘으면 그게 실력이 되더라고요. 어디가 부족한지 정확히 알게 됐어요."
그녀의 작법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하루 3시간 글쓰기, 2시간 타 작품 분석'을 데뷔 전 4년간 매일 반복한 것. "남의 작품을 볼 때도 '나라면 어떻게 전개했을까' 항상 생각해요. 수동적 독서는 의미 없어요." 현재 연재 중인 『검은 달이 뜨는 밤』은 주 1회 연재에 매화 제작 시간 약 40시간. "자유 시간이요? 그게 뭔가요?"라며 웃는 그녀의 눈가엔 다크서클이 깊게 패여있었다.
- 데뷔 팁: 포트폴리오보다 완성작이 중요. 3화짜리라도 끝까지 완결낸 작품이 있어야 한다
- 연재 루틴: 월·화 콘티, 수·목 펜선, 금·토 채색, 일요일 최종 검수
- 추천 작법서: 『Save the Cat! 장르별 스토리 쓰기』,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인터뷰 02: 박준혁 작가 (『헬스장 간 용사』)
"유머 웹툰이 제일 어렵습니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코믹 판타지 『헬스장 간 용사』. 매화 댓글창을 폭소로 물들이는 박준혁 작가지만, 그의 고충은 역설적이다. "웃기려고 할수록 안 웃겨요. 개그 타이밍 잡는 게 진짜 피 말리는 작업이에요."
개그 웹툰 작가의 일상은 의외로 '분석적'이다. 그는 매일 2시간씩 개그 콘서트, 해외 밈, SNS 유머를 수집한다고. "시대마다 웃음의 코드가 달라요. 5년 전 개그가 지금은 오글거리잖아요. 늘 촉을 유지해야 해요." 그의 작업실 벽면에는 포스트잇이 빼곡하다. 전부 떠오른 개그 아이디어를 메모한 것들.
"10개 개그 중에 진짜 쓸 만한 건 1개예요. 9개는 버려요. 그게 일상이죠."
데뷔 스토리도 특이하다. 원래 순정만화를 그리던 그는, 취미로 그린 4컷 만화가 커뮤니티에서 바이럴되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인생 뭐 있어요? 진짜 적성은 해봐야 알아요." 그의 전작 5편은 전부 순정물이었다. 현재 그는 주 2회 연재를 소화하며 누적 조회수 8천만을 돌파했다.
- 개그 작법 핵심: 예상을 배반하되, 맥락 안에서 배반할 것
- 영향받은 작품: 『원펀맨』의 시니컬 개그, 『몹사이코100』의 감성 개그
- 슬럼프 탈출법: 영화 3편 연속 보기, 전혀 다른 장르 웹툰 정주행
인터뷰 03: 이서연 작가 (『너의 그림자를 밟다』)
"로맨스는 '감정의 농도' 싸움이에요"
네이버웹툰 로맨스 장르 최강자. 현재 연재 100화를 돌파한 『너의 그림자를 밟다』는 누적 좋아요 1,200만을 기록 중이다. 이서연 작가는 단연 '감정선 디테일의 마스터'라 불린다. 그녀의 비밀은 뭘까?
"저는 매화마다 감정 농도표를 만들어요. 이번 화가 60도라면, 다음 화는 40도로 떨어뜨렸다가 80도로 확 끓이는 식이죠." 실제로 그녀의 작업 노트에는 그래프가 빼곡하다. X축은 화수, Y축은 감정 강도. 마치 작곡가가 악보를 쓰듯, 그녀는 감정의 악보를 그린다.
"독자가 심장이 뛴다고 느끼는 순간, 그게 제 보람이에요. 그 1초를 위해 일주일을 바쳐요."
데뷔 전에는 소설을 썼다고. "웹소설 연재하다가 '그림으로도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그림은 독학이에요. 3년 동안 매일 5시간씩 그렸어요." 그녀의 그림 실력 향상 과정은 SNS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2021년 첫 그림과 2026년 현재를 비교한 짤이 10만 공유를 넘었다.
- 로맨스 필수 요소: 밀당의 황금비율(4:6), 사이다 전개 타이밍, 숨겨진 상처
- 캐릭터 설정 팁: 주인공에게 '절대 양보 못 하는 것' 1개 설정, 그게 갈등 엔진이 됨
- 독자 소통: 매화 업로드 후 1시간 댓글 전체 읽기, 피드백 엑셀 정리
인터뷰 04: 최민수 작가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시스템물의 핵심은 '밸런스'예요"
카카오페이지 액션 판타지 1위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이 작품은 원작 웹소설의 웹툰화로, 최민수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그는 시스템 판타지의 '밸런스 설계'에 있어 업계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시스템물은 숫자 놀음이에요. 스탯, 스킬, 성장 곡선... 이게 맞아야 설득력이 생겨요. 저는 별도의 엑셀 시트로 전체 밸런스를 관리해요." 실제로 그가 공개한 작업 파일에는 주인공의 레벨업 곡선, 스킬 획득 시점, 보스 난이도까지 수치화되어 있었다. 마치 게임 기획서 같다.
"독자가 '이건 말이 안 되잖아'라고 느끼는 순간, 몰입이 깨져요. 그래서 설정에 목숨 걸어요."
그는 원래 게임 회사 기획자 출신이다. "게임 밸런싱 5년 한 경험이 웹툰에서 빛을 발하더라고요." 현재 그의 작품은 일본·태국·인도네시아에서 동시 연재 중이며, 해외 독자 비중이 40%를 넘는다. "한국만 보면 안 돼요. 글로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설정을 짜요."
- 시스템물 설계 팁: 능력치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천장' 설정 필수
- 연재 팁: 10화 버퍼는 기본, 20화 이상 확보 추천
- 해외 진출 조언: 문화 중립적 설정, 과도한 한국 밈 자제
인터뷰 05: 정하늘 작가 (『스물일곱의 리셋』)
"현실 드라마는 취재가 90%예요"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성인 드라마 『스물일곱의 리셋』. 27세 직장인의 이직과 연애를 다룬 이 작품은 MZ세대의 바이블로 등극했다. 작가 정하늘은 현실 밀착형 스토리텔링의 대가다.
"저는 매달 최소 5명 인터뷰해요. 직장인, 취준생, 프리랜서... 리얼한 대사는 실제 경험에서 나와요." 그녀의 작업실 한쪽에는 수십 권의 인터뷰 녹취록 파일이 쌓여있다. "제 머리에서 나온 대사는 결국 '작가의 대사'예요. 실제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의 말은 질감이 달라요."
"독자가 '이거 내 얘기 아니야?'라고 느끼면 성공이에요. 공감이 곧 무기예요."
그녀는 회사 생활 7년 차에 퇴사 후 웹툰 작가로 전향했다. "직접 겪어봐야 쓸 수 있어요. 야근의 고통, 상사 눈치, 동기와의 경쟁... 이런 건 상상으로 안 나와요." 현재 『스물일곱의 리셋』은 드라마화 확정이며, 2026년 하반기 방영 예정이다.
- 현실물 필수: 취재 + 경험 + 관찰의 삼위일체
- 캐릭터 깊이 더하기: 모든 조연에게 '각자의 사정' 설정
- 번아웃 방지: 주 1회 '완전한 쉬는 날' 사수, SNS 알림 끄기
에필로그: 웹툰 작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5인의 작가 모두에게 "예비 작가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답변은 놀랍도록 일치했다.
"일단 완성하세요. 100% 만족할 때까지 기다리면 영원히 못 올려요."
완성작 하나가 미완성 아이디어 백 개보다 낫다. 이것이 현역 인기 작가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진리였다. 127번 투고 끝에 데뷔한 김단비 작가, 순정 작가에서 개그 작가로 변신한 박준혁 작가, 회사원에서 드라마 원작자가 된 정하늘 작가. 그들의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단 하나다.
웹툰 시장은 2026년 현재 글로벌 1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매일 밤을 지새우며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작가들이 있다. 당신의 펜 끝에서도 다음 '국민 웹툰'이 탄생할 수 있다. 그 첫 걸음은, 오늘 한 컷을 완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10년 차 웹툰 평론가, 김예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