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왜 우리는 멸망의 서사에 열광하는가
솔직히 말하자. 좀비물은 이제 식상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K-좀비가 전 세계를 휩쓴 이후, 한국 웹툰계의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이했다. 단순히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B급 공포물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의 좀비 웹툰은 인간 군상의 추악함과 숭고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철학적 텍스트이자, 현대 사회의 불안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10년간 수천 편의 만화를 읽어온 필자가 단언컨대, 2026년 현재 연재 중이거나 최근 완결된 좀비 아포칼립스 웹툰 중 진짜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오늘 소개할 7편은 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들이다. 밤새 정주행 각오하시라.
2026년 필독 좀비 아포칼립스 웹툰 7선
1. 『좀비가 된 나를 구해줘』 - 감염자 시점의 혁명적 서사
좀비물의 클리셰를 정면으로 뒤집은 문제작. 주인공이 좀비다. 그것도 의식은 살아있는 채로. 김도영 작가는 이 단순한 설정 하나로 장르의 문법을 완전히 재구성했다. 감염 초기, 서서히 인간성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1인칭 서술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섬뜩하다. '괴물이 되어가는 자아'를 바라보는 시선의 처절함이란.
작화는 의도적으로 불안정하다. 주인공의 정신 상태에 따라 선의 떨림이 달라지고, 색감이 탁해진다. 이런 서술적 작화는 국내 웹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연출이다. 특히 32화의 '거울 장면'은 웹툰 역사에 남을 명장면. 커뮤니티에서 "소름 돋았다"는 반응이 폭발했던 이유를 직접 확인해보시라.
- 작가: 김도영 (글/그림)
-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연재중 (현재 78화)
- 장르: 좀비, 심리 스릴러, 휴먼 드라마
- 추천 독자: 클리셰에 지친 좀비물 베테랑, 심리묘사 덕후
- 핵심 매력: ① 감염자 1인칭 시점 ② 심리적 공포의 극대화 ③ 실험적 작화 연출
- 주의: 고어 수위 높음, 정신적 압박감 상당
"난 아직 생각할 수 있어. 그게 더 끔찍해." - 1화 中
2. 『서울역 0번 출구』 - 폐쇄 공간 서바이벌의 교과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그대로다. 좀비 아포칼립스 발생 직후, 서울 지하철 역사에 갇힌 생존자들의 이야기.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치밀한 공간 설계가 압권이다. 작가 이수현은 실제 서울역 구조를 답사하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 집착이 만들어낸 공간적 리얼리티는 독자를 완전히 몰입시킨다.
이 작품의 진짜 무서운 점은 좀비가 아니다. 인간이다. 한정된 자원, 닫힌 공간, 극한의 스트레스. 이 세 요소가 만들어내는 인간 군상의 추락은 좀비보다 훨씬 소름 끼친다. 특히 '3번 출구 파벌'과 '대합실 파벌'의 대립 구도는 현실 정치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사회 풍자로서도 일품.
- 작가: 이수현 (글) / 정민우 (그림)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연재 상태: 연재중 (현재 112화)
- 장르: 좀비, 밀실 서바이벌, 사회 풍자
- 추천 독자: 긴장감 있는 전개 선호자, 인간 드라마 중시파
- 핵심 매력: ① 실제 지형 기반 리얼리티 ② 파벌 갈등의 정치학 ③ 숨 막히는 공간 연출
- 주의: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낄 수 있음
3. 『데드 시그널』 - 밀리터리 좀비물의 새 지평
좀비 아포칼립스 + 밀리터리 장르의 완벽한 결합. 주인공은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으로, 그의 전술적 사고와 전투 능력이 서사를 이끈다. 흔한 '먼치킨 생존자'가 아니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군사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생존 전략이 돋보인다. 작가가 실제 군 복무 경험을 녹여냈다는 후문.
액션 연출이 역대급이다. 웹툰의 세로 스크롤 특성을 200% 활용한 전투 시퀀스는 그야말로 영화적이다. 특히 '인천상륙작전' 오마주가 담긴 45화~48화 구간은 넷플릭스 영화 뺨치는 스케일. 밀덕이라면 고증의 섬세함에 감탄할 것이고, 비밀덕이라도 순수한 액션의 쾌감에 빠져들 것이다.
- 작가: 강태훈 (글/그림)
-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연재중 (현재 89화)
- 장르: 좀비, 밀리터리, 액션
- 추천 독자: 밀리터리 덕후, 시원한 액션 갈망자
- 핵심 매력: ① 실전적 군사 전술 ② 영화급 액션 연출 ③ 팀 플레이의 묘미
- 주의: 군사 용어 다수 등장, 초반 진입장벽 존재
4. 『우리 동네 좀비』 - 일상과 재난의 기묘한 공존
장르 파괴의 쾌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이다. 좀비 아포칼립스 ×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라는 믿기 힘든 조합. 좀비 사태 발생 3년 후, 어느 정도 안정화된 세계에서 소시민들의 일상을 그린다. 좀비는 이제 '자연재해' 같은 존재가 되었고, 사람들은 적응했다. 이 설정 자체가 천재적이다.
작가 민지은의 따뜻한 시선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좀비 출몰 지역을 피해 출근하는 직장인, 감염자 가족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좀비 퇴치 알바를 뛰는 대학생. 이들의 소소한 일상이 역설적으로 가장 큰 감동을 준다. 웃기면서 울린다. 이런 작품 흔치 않다.
- 작가: 민지은 (글/그림)
- 플랫폼: 레진코믹스
- 연재 상태: 완결 (전 67화)
- 장르: 좀비, 일상, 힐링
- 추천 독자: 색다른 좀비물 원하는 분, 힐링 필요한 분
- 핵심 매력: ① 포스트 아포칼립스 일상물 ② 따뜻한 휴머니즘 ③ 위트 있는 설정
- 주의: 하드코어 좀비물 기대 시 실망할 수 있음
5. 『그날 이후, 우리는』 - 인간 드라마의 정점
좀비는 배경이고, 인간이 주인공인 작품. 재난 이후 흩어졌던 가족이 서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로드무비 형식의 서사 구조가 신선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좀비가 들끓는 한반도를 종단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엮인다.
감정선의 설계가 신의 경지다. 작가 윤서영은 독자의 감정을 완벽하게 조율한다. 절망할 때 희망을 주고, 안심할 때 공포를 선사한다. 이 작품을 읽고 울지 않았다면 당신은 돌멩이다. 특히 54화 '재회' 에피소드는 댓글창이 눈물 바다가 된 전설의 회차.
- 작가: 윤서영 (글) / 한지훈 (그림)
- 플랫폼: 네이버웹툰
- 연재 상태: 완결 (전 124화)
- 장르: 좀비, 가족 드라마, 로드무비
- 추천 독자: 감동 실화 원하는 분, 가족물 선호자
- 핵심 매력: ① 감정선의 완벽한 설계 ② 로드무비적 서사 ③ 가족애의 진정성
- 주의: 눈물 주의보, 손수건 필수
6. 『좀비 사냥꾼 자격증』 - 이세계물과의 파격적 융합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 시스템이 강림했다. 회귀물, 헌터물의 문법을 좀비 장르에 이식한 실험작. 좀비를 처치하면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업하면 능력을 얻는다.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설정을 작가 최준혁은 탄탄한 세계관으로 뒷받침했다.
성장물로서의 쾌감이 확실하다. 초반 나약했던 주인공이 차근차근 강해지는 과정이 중독적이다. "한 화만 더"를 외치게 만드는 페이지 터너. 시스템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 미스터리 요소도 흥미진진하다. 퇴근 후 맥주 한 캔과 함께 즐기기 딱 좋은 작품.
- 작가: 최준혁 (글/그림)
- 플랫폼: 카카오웹툰
- 연재 상태: 연재중 (현재 156화)
- 장르: 좀비, 시스템물, 성장
- 추천 독자: 헌터물 팬, 성장 서사 선호자
- 핵심 매력: ① 시스템물 + 좀비의 신선한 융합 ② 중독성 강한 성장 서사 ③ 미스터리 요소
- 주의: 이세계물 거부감 있으면 비추
7. 『28일』 - 하드코어 서바이벌의 끝판왕
제목에서 짐작하듯,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에 대한 오마주다. 하지만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섰다. 좀비 발생 후 28일간의 생존기를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구성. 하루에 한 화씩, 총 28화로 완결된 단편이지만 그 밀도가 장난 아니다.
작가 박성민은 "좀비물의 본질은 공포"라는 철학 아래 철저히 하드코어 노선을 걸었다. 주요 인물도 거침없이 죽는다. 안전지대 같은 건 없다. 희망은 잠깐, 절망은 일상. 심장이 약한 분께는 추천하지 않지만, 진짜 좀비물을 원한다면 이 작품이 답이다.
- 작가: 박성민 (글/그림)
- 플랫폼: 탑툰
- 연재 상태: 완결 (전 28화)
- 장르: 좀비, 하드코어 서바이벌, 공포
- 추천 독자: 진성 좀비물 팬, 하드코어 장르 선호자
- 핵심 매력: ① 28일 리얼타임 구성 ② 용서 없는 전개 ③ 원초적 공포
- 주의: 높은 고어 수위, 주요 캐릭터 사망 다수
좀비 아포칼립스 웹툰, 어떻게 골라 읽을까
7편을 전부 읽을 시간이 없다면? 당신의 취향에 따른 맞춤 추천을 드리겠다.
- 심리적 공포 원한다면 → 『좀비가 된 나를 구해줘』
- 긴장감 넘치는 서바이벌 → 『서울역 0번 출구』, 『28일』
- 시원한 액션 갈망 → 『데드 시그널』
- 감동과 힐링 → 『우리 동네 좀비』, 『그날 이후, 우리는』
- 중독성 강한 성장물 → 『좀비 사냥꾼 자격증』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그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르. 오늘 소개한 7편의 웹툰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주말, 불 끄고 이불 뒤집어쓰고 정주행해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